[매일말씀묵상] 고린도전서 4장 교만을 꺾는 복음의 능력

1. 사도는 고린도교회가 가진 특정 목회자 숭배를 그칠 것을 계속해서 권면한다. 사도는 이런 목회자 숭배는 곧 목회자 멸시로 변할 것을 알고 있다. 그래서 4장은 그런 미묘한 문제의 실상을 풍자적으로 드러내면서 주는 권면이다. 고린도 교인들은 ‘기록한 말씀 밖에 넘어가지 말아야’ 한다(6). 이 기록한 말씀은 바울이나 아볼로나 다 인간의 약함과 한계를 지닌 인간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명백히 가르친다. 목회자를 우상화하는 것은 불신앙이다. 이 불신앙은 결국 다른 불신앙의 사람들—이들도 특정 목회자를 우상화하는 사람들이다—과 적대적인 관계 속에 들어가게 되는데, 이 모든 것은 교만에서 비롯되는 일이다. 사도는 하나님의 말씀의 범위 내에서 하나님의 종들을 합당하게 존경하고 대할 것을 누누히 가르쳐왔다(갈 6:6; 롬 15:27; 고전 9:11; 살전 5:12; 딤전 5:17). 그리고 성도들은 누가 참된 하나님의 종인지 아닌지 분별할 것을 또한 요구한다. 이미 사도는 3장에서 목회자는 종(웨이터), 농부, 건축자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여기서 계속 사도는 목회자를 일꾼과 하나님의 비밀을 맡은 청지기(맡은 자)로 묘사한다(1). 일꾼은 직역하면 하수인이라는 뜻이다. 목회자는 그리스도의 하수인에 불과하므로 주목을 받을 대상은 오직 그리스도시다. 사도는 의도적으로 목회직을 비하하고 있다. 청지기는 주인을 대신해서 주인의 재산을 관리하고 감독하는 사람이다. 이도 역시 주인의 뜻을 행사하는 심부름꾼일 뿐이다. 그러므로 목회자는 주님의 말씀을 가지고 주님의 양들을 목양하는 사람이다. 그에게 요구되는 한 가지는 주인에 대한 충성이다. 교인이나 사람에 대한 충성이 아니라 하나님께 대한 충성이다.

2. 사도는 자신이 많은 고린도 교인들이 떠들어대는 도마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여기서 그리스도인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 취해야 하는 태도가 어떤 것인지 보게 된다. 첫째, 사도는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서 반응하지 않았다(3a). 둘째, 자신의 평가에도 연연하지 않았다(3b). 왜냐하면 스스로를 인정하거나 책망하는 것에 의해서 자신이 의로와지거나 그 반대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4). 사도가 관심을 가지는 판단은 오직 하나님의 판단이다. 이 판단이 심판날에 나타날 것이다(5). 여기서 사도는 그리스도인이 자기 자신을 잊어버리는 태도(self-forgetfulness)를 말하고 있다. 자신에 대해서 너무나 부심하는 시대에 우리는 살고 있다. 하지만 그리스도인은 자신을 잊어버리는 사람이다. 사람들의 비난과 칭찬에 울고 웃지 않는다. 이것은 목회자들이 유념할 일이기도 하다. 이런 태도야말로 목회자를 사람에게서 자유하게 하면서 하나님께 충성스럽게 하고, 진정으로 사람을 섬길 수 있게 한다. 결국 다시 이야기의 초점은 그들의 목회자를 비교하고 평가했던 고린도 교인들에게로 향한다. 그들이 그렇게 한 것은 그들의 교만을 드러냈을 뿐이다(6~8). 그들은 자신들이 왕이 되어 사도들을 판단하고 모든 것을 아는 하나님인양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8).

3. 사도는 자신의 삶을 예로 들어 신앙 생활이 무엇인지를 보여주려고 한다. 사도인 자신은 정작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었다고 말한다(9). ‘구경거리’라는 헬라어 단어는 극장 혹은 쇼를 의미하는 theatron이라는 말이다. 여기서 사도가 말하고자 한 것은 거대 극장으로 들어오는 로마 군대의 개선행렬의 맨 뒤에 있는(‘끄트머리에’) 포로로 자신을 묘사하는 것이다. 이들 포로의 운명은 결국 검투사로서 극장 안의 맹수들과의 싸움에 던져져 죽는 것이다. 이것은 정확히 사도가 고린도후서 2:14에서 묘사한 것이다. “항상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이기게 하시고.” 이런 사도의 모습은 세상적으로 볼 때 어리석고 약하고 비천한 것이었다(10). 사도는 자신이 그리스도 때문에 당한 모든 고난의 목록을 열거한다(11~13). 주리고 목마르고 헐벗고 매맞고 정처가 없고 친히 일하여 재정을 마련하는 것은 육체적인 고난과 수고였다면, 모욕을 당하고 박해를 받고 비방을 받는 것은 훨씬 더 정신적인 고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도는 도리어 이들을 축복하고 권면했다. 결국 그의 인생은 세상의 쓰레기(‘더러운 것’), 만물의 찌꺼기 같이 되었다(13). 사도들의 이런 모습은 교만함으로 한껏 마음이 부풀어서 사도들이나 교사들을 가지고 마치 자신들이 무슨 평가나 할 수 있는 대단한 사람들인 것처럼 즉 왕처럼 행세하는 고린도 교인들과 얼마나 다른 것인가?

4. 사도는 어조를 바꾸어 자신을 고린도 교인들의 아버지로 묘사하면서 권면한다(14~17). 사도의 목적은 고린도 교인들이 가진 교만함과 반항심을 꺾어 복음에 다시 굴복하고 순종하게 하는 것이다. 이런 사도의 마음은 단지 선생의 마음이 아니라, 아버지의 마음이다. 고린도 교회는 실로 사도의 복음 전도를 통하여 태어난 사람들로 시작된 교회가 아닌가! 훌륭하고 경건한 부모의 자식이라고 해서 다 경건한 것은 아니다. 사도는 이 불경하고 반항적인 아들인 고린도 교회를 향하여 자신을 본받으라고 권면한다. 동시에 ‘내 사랑하고 신실한 아들 디모데’를 보낸다고 하면서 디모데는 바울이 각처 각 교회에서 가르치는 것을 생각나게 할 것이라고 말한다(17). 사실 여기서 사도는 “너희의 영적 아버지인 나는 나의 모든 반항적인 아들들에게 신실하라고 말하도록 신실한 아들을 보낸다”고 매우 대조적으로 말하는 셈이다.

5. 그러나 여전히 반항적이고 주도적인 자들이 있었다. ‘어떤 이들은’ 바울이 직접 오지 않을 것이라고 하면서 교만을 꺾을 생각 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18). 사도는 주님께서 허락하시면 고린도를 방문할 것과 그 교만한 자의 말이 아니라 능력을 시험할 것이라고 경고한다(19). 이것은 고린도 교회의 아버지로서 당연히 해야 할 권징이다. 하지만 이 아버지는 매가 아니라 사랑과 온유한 마음으로 나아가기를 소원한다(21).

6. 예수를 믿고 사는 삶에 대한 심각한 오해가 고린도 교인들의 마음에 있었다. 그들은 하나님의 복음 진리에 대해서 명확한 깨달음이 없었지만, 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자신들이 사도와 교사들을 판단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들의 기준은 거의 세상적 자랑의 기준들이었기에 그들은 결코 세상의 구경거리가 되었고 세상의 쓰레기 같은 존재인 사도 바울을 제대로 이해할 수 없었고 복음도 깨달을 수 없었다. 주님을 따라가는 것이 십자가를 지고 따르는 길이라는 것을 사도는 다시 한 번 가르치면서, 그들의 교만을 회개할 것을 아버지의 심정으로 촉구한다. 영적 미성숙의 극치는 교만으로 나타난다. 십자가의 복음만이 이 교만을 치료하는 명약이다. 그래서 사도는 이 복음을 다시 설명하기를 원하고, 신실한 아들 디모데를 보내서 그것을 설명하고자 한다. 복음, 이 복음 외에 우리가 듣고 믿고 순종해야 할 것은 없다. 교회에는 복음이 전부다. 그리스도인은 복음이면 충분하다. 그리고, 복음은 단지 말이 아니고 능력, 우리 안의 교만을 꺾고 죽이는 능력이다.

7. “하나님 아버지, 아무 것도 되지 못하고 된줄로 생각하는 어리석은 저희의 교만을 다 복음으로 깨뜨려주시고, 오직 복음이 저희에게 가르치는 가치와 기준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고 저희 자신을 평가하며 살게 하여 주시옵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