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장 오직 그리스도, 오직 복음을 위하여 (찬 243, 246)

1.    빌립보교회는 바울 사도의 두 번째 전도여행 중이던 주후 51년경, 유럽에 세워진 첫 번째 교회였다. 그로부터 약 10년이 지나서 사도는 로마의 감옥에 갇힌 채로 사랑하는 빌립보의 성도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 빌립보서는 사도가 쓴 서신들 중에서 가장 밝고 기쁨에 찬 편지다. 비록 그는 감옥에 있지만, 교회를 향해서 기뻐하라고 수없이 외치고 있다. 왜냐하면 이 기쁨은 그들이 어떤 형편에 있든지 빼앗길 수 없는 복음의 기쁨이기 때문이다.

2.    빌립보 성도들을 생각하면 사도는 감사와 기쁨이 그 마음 속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느꼈다. 우리는 분명히 사도가 고린도전서와 후서를 쓸 때의 심정이 이와 같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사도는 뼈를 찌르는 듯한 고통 속에서 편지를 쓴 적도 있다. 그러나 그 어떤 편지도 그의 사랑으로부터 나온 것이 아니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워렌 워어스비는 “목사님이 나를 생각할 때 감사와 기쁨이 마음 속에서 충만해지는 그런 사람인가?”를 돌아보라고 했다. 중요한 말이다. 사도는 그런 마음으로 이 편지를 시작할 뿐 아니라, 그런 마음으로 빌립보 성도들을 위해서 늘 기도하였다. 사도의 마음이 이럴 수 있는 이유가 있다. 그것은 빌립보 성도들이 처음 복음을 듣던 날부터 지금까지 그 복음 안에서 살아가며 교제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갈라디아 교회도, 고린도 교회도, 또 많은 교회가 처음 들었던 그 복음에서 벗어날 위기를 겪은 바 있다. 그러나 빌립보 교회는 달랐다. 이것이 사도의 마음에 이들을 생각할 때 감사와 기쁨이 넘치는 이유였다. 또한 사도는 이 착한 일을 시작하신 하나님께서 그리스도 예수의 재림의 날까지 그 일을 마치실 것이라는 사실을 확신할 수 있었다. 빌립보 교회는 사도의 복음 사역에 열심으로 마음을 드렸고 재정을 보내어 참여했던 교회다(7, 고후 8:1~5). 사도는 빌립보 교인들을 향한 마음이 얼마나 깊은지를 하나님께서 아신다고 말할 만큼 그들을 향한 자신의 애틋한 마음을 전하고 싶어한다(8). 이런 사도의 마음은 기도로 이어진다(9~11). 사랑은 지식과 총명으로 강화되어야 한다(9). 무지한 사랑은 어린아이의 미숙한 사랑일 뿐이다. 참된 사랑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영적 지혜에서 비롯된 총명에서 나온다. 그래서 사도는 이런 사랑이 충만하기를 구한다. 사도가 또 구하는 것은 분별력이다(10). 분별력은 참된 신앙의 증거다. 도덕적 분별력뿐 아니라 복음의 진리에 대한 분별력을 말하는 것이다. 무엇이 선한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지극히 선한 것인지를 알고 그것을 선택하여 행하는 지혜를 말한다. 이 분별력이 그들을 그리스도의 날까지 지켜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도는 그리스도로 말미암아 의의 열매가 가득하기를 바라고 궁극적으로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되기를 바라며 기도한다(11). 자기 의의 열매가 아니라 그리스도로 말미암은 의의 열매를 말한다. 이렇게 될 때 빌립보 교회는 하나님의 영광과 찬송이 될 것이다. 이것이 교회를 향하신 하나님의 거룩한 뜻이다. 이 기도야말로 오늘날 우리 시대의 모든 교회들이 필요로 하는 내용이고 간구할 기도이다.

3.    사도는 로마에서 일어나고 있는 한 가지 일을 주목한다. 그것은 사도가 로마의 감옥에 갇힌 것을 계기로 사도 자신과 경쟁 관계에 있던 교인들이 더욱 열심으로 복음을 전하게 된 일이다. 로마에는 사도가 복음을 전해주기 전에 이미 교회가 형성되어 있었다. 사도가 온다는 소식이 한편으로는 이미 지도자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에게는 인간적으로 불편함을 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사도가 감옥에 갇힌 상태로 로마에 오게 되자, 그들은 더욱 열심으로 복음을 전하게 되었다. 그들의 동기는 시기심이었지만, 그들이 전하는 복음은 옳은 복음의 진리였다. 이 일로 인하여 사도는 책망을 하지 않고 오히려 기뻐한다. 왜냐하면 전파되는 것이 그리스도이기 때문이다. 어떻게 이런 마음을 품을 수 있는 것일까? 그러나 이런 사람들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우리는 나쁜 점 하나만을 확대해서 생각하기가 쉬운데, 사도는 자신의 매임을 인하여 착한 뜻으로 복음을 더욱 열심히 전하게 된 일도 일어나고 있는 것을 보았다.

4.    사도의 마음 속에 있는 유일한 소원과 관심은 살든지 죽든지 그리스도가 자신을 통해서 존귀하게 되기를 원하는 것이었다(20). 사도는 한편 빨리 죽기를 원하는 마음을 피력한다(23). 그러나 자신이 살아야 할 이유, 성도들의 유익을 위해서 자신이 살아야 한다는 사실도 그는 알고 있다(24). 자기 이름에 대해서 사도는 죽은 사람이다. 이것이 그리스도인이다. 그는 그리스도의 이름에 대해서만 살아있고 거기에 대해서만 반응한다. 자기 이름이 아니다. 사도는 자기 자신만이 아니라 모든 그리스도인이 바로 이런 삶으로 부름을 받았다는 사실을 빌립보 성도들에게 말한다. 그것은 그리스도 복음에 합당하게 살아가는 것이다(27). 복음을 위해서, 복음의 가치를 위해서라면 언제라도 일심으로 그리고 한 뜻으로 협력할 수 있는 것, 이것이 교회다. 내 유익, 내 관심, 내 입맛에 맞으면 협력하는 것이 아니다. 복음의 신앙을 위해서라면 내 시간도, 물질도 드릴 수 있는 그리고 내가 나타나지 않아도 그리스도의 이름이 존귀하게 되면 그로써 기뻐할 수 있는 사람, 이것이 바로 성도다. 성도들은 하나님께서 은혜를 주심은 그리스도를 믿을 뿐 아니라, 그리스도를 위하여 고난도 받도록 하심이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29). 사도는 자기가 복음을 위해서 싸워 온 싸움이 자신의 전유물이 아니라, 모든 성도들이 싸워야 할 싸움임을 밝힌다(30). 빌립보 성도들은 성숙한 교회로서 이 싸움을 계속해서 감당해주기를 격려하고 바라는 것이다.

5.    오직 그리스도만을 위한 열심, 복음의 진리를 향한 열심이 사도의 인생을 붙잡았고 끌고 간 힘이었다. 사도는 빌립보 성도들이 다 자기와 같이 되기를 바라는 심정이다. 사도는 자기 마음 가장 깊은 곳에 있는 이 사랑하는 성도들을 향하여 더욱 열심을 내어 복음에 합당한 삶을 자신과 같이 살아가기를 권면하는 것이다. 주님께서 오늘 우리 모두를 향하여 가지고 계신 마음이 아니겠는가! 이 말씀을 끌어안고 주님 앞에 나아가자.

2장 자기 일이 아니라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는 사람들 (찬 91, 507)

1.    사도는 이미 빌립보 교회 안에서 그리스도 안에서의 권면이나 사랑의 위로나 성령의 교제나 긍휼, 자비와 같은 것들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 그들에게 더욱 완전한 데로 나아갈 것을 권한다(1). 그들에게 더욱 필요한 것은 마음을 같이 하고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고 한 마음을 품는 것이다(2). 이런 저런 바람직한 행위들이야 없지 않겠지만, 사도는 행위보다 더 나아간 존재적 하나됨이 그들 사이에 경험되기를 바라고 있다. 이런 행위로서의 순종과 성령의 열매들이 빈약한 오늘날의 교회들과 비교할 때, 사도의 이런 권면은 실로 큰 차이를 느끼게 한다. 사도는 또한 모든 섬김의 동기가 앞서 언급한 투기와 분쟁으로 복음을 전하게 된 사람들과 다를 것을 요구한다. 다툼이나 허영으로 하지 말라는 것이다(3). 오히려 겸손한 마음으로 자기보다 남을 낫게 여기고 자기 일을 돌아볼 것을 요구한다(4). 이런 일들은 감옥 안에 있는 사도의 마음을 기쁨으로 충만하게 할 것이다. 사도가 지금 요구하는 이런 일들이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오직 한 가지, 우리가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것뿐이다(5). 그리스도께서는 하나님이셨지만, 종의 형체를 입기 위하여 사람의 몸을 입으셨다(6~7). 그는 또한 십자가에 죽으시기까지 순종하셨다(8). 그러므로 하나님은 그를 지극히 높여 모든 이름 위에 뛰어난 이름을 주사 하늘과 땅의 모든 무릎을 예수의 이름에 꿇게 하셨고 모든 입으로 예수를 주라 시인하게 하심으로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게 하셨다(9~11). 이 그리스도를 생각하고 그리스도의 마음을 품는 것이 우리의 모든 존재와 행동의 동기와 힘이 되어야 한다. 사도는 이 토대 위에서 항상 복종하고 두렵고 떨림으로 구원을 이룰 것을 권면한다(12). 우리가 열심히 노력해서 성취하는 것 같이 느낄 때가 있지만, 사도는 우리 속에 자기의 기쁘신 뜻을 위하여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는 분은 바로 하나님이라고 말한다(13). 모든 일을 원망이나 시비가 일어나지 않도록 주의해서 행하라는 이유는 이렇게 하지 못하면 어그러지고 거스리는 세대에서 빛의 자녀들로 나타나기는 커녕 도리어 하나님께 욕을 끼치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14~15). 빌립보 성도들이 세상에 빛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 사도가 주님 앞에 설 때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16). 만일 주님 앞에서 칭찬을 받을 수만 있다면 사도는 빌립보 사람들을 위한 관제(포도주를 부어드리는 제사로 자신의 피를 다 흘리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로 자신을 드린다고 할찌라도 기뻐하고 기뻐하겠다고 고백한다(17).

2.    사도는 이미 빌립보 사람들이 알고 있는 디모데를 언급한다(19). 사도는 그를 빌립보로 속히 보내고 싶어하는데 그가 빌립보 사람들의 사정을 자신에게 잘 전해줄 수 있는 최적임자이기 때문이다(19~20, 23). 사도를 따르는 자들 중에서도 많은 사람들은 자기의 일을 추구하였지만, 디모데는 그런 자들과는 달리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는 사람이었다(21). 사실 이런 사람은 언제나 드물다. 디모데는 사도가 복음을 위해 수고하고 옥에 갇힐 때 마치 자식이 부모에게 하듯 정성으로 함께 했다(22) .주님이 보실 때 이런 일들이 어찌 숨겨질 수 있겠는가? 당신은 당신 자신의 일을 구하는 사람인가,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는 사람인가? 당신은 교회에서 자기의 유익을 구하는가, 그리스도의 유익을 구하는가?

3.    사도는 디모데와 함께 에바브로디도라는 빌립보에서 자신에게 보낸 사자에 대해서 말한다. 빌립보 교회는 사도가 감옥에 갇혔다는 소식을 듣고 에바브로디도 편에 돈과 사도의 필요들을 채워줄 수 있는 것들을 보냈다. 또 에바브로디도는 빌립보 교회를 대신하여 사도의 곁에서 사도를 돕는 일을 할 예정이었다. 얼마나 세심하고 큰 사랑인가! 그러나 사도는 이제 에바브로디도를 다시 돌려보낸다고 말한다(25). 그에 대한 사도의 묘사들을 보라. ‘나의 형제’, ‘함께 수고하고 함께 군사된 자’, ‘너희 사자’, ‘나의 쓸 것을 돕는 자’와 같은 묘사들을 보라(25). 에바브로디도는 사도에게 와서 심한 병이 들었는데 이 소식이 빌립보 교회에 들려져서 그들을 걱정시키고 싶지 않았다(26). 그러나 감사하게도 그는 회복이 되었고 사도는 그를 빌립보 교회에 다시 보냄으로써 빌립보 교인들의 기쁨을 더해주기를 원했다(28). 에바브로디도 역시 디모데와 같이 자기의 생명을 돌아보기 보다 교회의 사명을 이루는 일에 삶을 드리는 사람이었다(30).

4.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자기의 유익을 구치 아니하고 그리스도 예수의 일을 구하는 사람들이다. 디모데와 에바브로디도가 그런 사람들이다. 교회가 이런 사람들로 채워지게 될 때 그 교회는 얼마나 복되고, 귀한 은총이 충만하겠는가! 사도와 빌립보 교회 사이에 이 애틋한 사랑이 얼마나 충만하게 경험되겠는가! 그런 은혜를 구하자.

3장 당신은 순례자다 (찬 181, 427)

1.    사도는 다시 한 번 기뻐하라고 말한다(1). 기쁨이야말로 참된 그리스도인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할 수 있는 표준적 반응이기 때문이다. 그리스도인이 복음의 은혜를 생각하고 묵상할 때 어찌 받은 은혜로 인하여 기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사도가 말하는 기쁨은 그저 감상적이고 피상적인 그런 기쁨의 시늉이 아니다. 사도는 이어서 빌립보 교회가 조심해야 할 것들을 경고한다. 개들, 행악하는 자들, 손할례당(할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 유대인들)은 모두 같은 말이다(2). 빌립보 교회는 이들에게 기만을 당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그래서 사도는 분별력을 주시기를 기도했다(1:10). 진정한 하나님의 자녀들(참된 할례당)은 성령으로 봉사하고 그리스도 예수로 자랑하고 육체를 신뢰하지 않는 자들이다(3). 만일 육체를 자랑하는 문제라면 사도 자신도 어느 누구에도 뒤지지 않는 순수 정통 유대인이다(4~6). 그러나 이 모든 것이 더 이상 사도에게 자랑거리가 되지 못하고 오히려 해로 여겨지는 이유가 무엇인가(7)? 주 예수 그리스도를 아는 지식 때문이다(8). 오직 그리스도를 얻기 위해서 사도가 모든 유익하던 것들을 다 잃어버리고 배설물로 여기는 것이다. 그 분을 얻고 그 안에서 자신이 발견되려면 이런 종류의 자랑들을 내어버리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9). 사도는 그리스도와 그 부활의 권능과 고난에 참예함을 알려고 그의 죽으심을 본받아 살기를 원했고 그럼으로써 부활에 이르기를 바랬다(10~11). 부활의 영광만이 아니라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그리스도의 고난도 본받고 거기에 참예하고자 했다. 당신도 그런가? 사도는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언제나 알고 있었다. 그는 이미 얻은 자로서 말하고 있지 않다. 그 역시 빌립보 교인들과 마찬가지로 그리스도 예수께 더욱 붙잡힌 바 된 삶을 향하여 그리고 푯대를 향하여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하나님이 위에서 부르신 상을 향하여 달려가는 사람이다(12~14). 15절에서 “우리 온전히 이룬 자들은 이렇게 생각할지니”라는 말은 12절에서 사도가 한 말과 모순되는 것이 아닌가? 이 말은 자기가 스스로 온전히 이루었다(성숙하다)고 생각하는 자들은 사도가 말한 바와 같이 아직도 푯대를 향해 가는 존재라는 사실을 알라는 말이다. 사도는 이 모든 일에서 그들의 본이 될 수 있었기에 자신을 본받으라고 말한다(17). 사도는 다시 빌립보 교회가 주의해야 할 거짓 교사들에 대한 경고를 아끼지 않는다(18~19). 그들은 그리스도 십자가의 원수들이다. 그들은 멸망 당할 자들이며 먹는 것을 위해서 즉 배를 채우기 위해서 사는 자들일 뿐이다. 사도는 이들을 따르는 사람들을 위해서 눈물로 편지를 쓰면서 그리스도 십자가의 원수로 행하지 말라고 권면한다(19). 성도들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신들의 시민권(소속)이 하늘에 있다는 사실이다(20). 시민권 수속을 다 마친 자들이 시민권을 얼마나 기다리겠는가? 그와 같이 하늘의 시민권을 가진 자들은 그 시민권을 기다리는 간절함을 가지고 이 땅을 살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하늘의 시민권이 없는 사람이 하늘을 기다릴 일은 없으리라. 그날은 그리스도께서 오시는 날이고 그리스도께서 오실 때 우리의 낮은 몸(육신)은 영광의 몸의 형체로 변하게 될 것이다(21).

2.    그러나 우리가 아직은 길 위에 있다는 것, 순례의 여정 중에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순례자에게 무거운 짐은 축복이 아니다. 이 세상의 자랑거리들, 육체의 자랑은 모두 다 순례자의 여정을 방해하는 짐일 뿐이다. 그것들을 벗어버리지 않는다면 그는 그리스도와 함께 하는 이 순례의 여정을 제대로 걸을 수 없고 누릴 수 없다. 순례자의 눈은 언제나 하나님 계신 곳을 향하고 있다. 그의 행동, 말, 여정의 모든 목적은 순례의 목적지에 있다. 이 믿음의 여정은 점점 더 그리스도의 고난과 부활의 권능에 참예하는 삶이다. 이 여정은 점점 더 그리스도께 붙잡힌 바 되어가는 삶이다. 이 여정은 하나님께서 주실 부름의 상을 향해서 푯대를 바라보고 걷는 삶이다. 이 시선이 분명하면 우리는 넘어지지 않을 것이다. 우리를 넘어뜨리려는 원수가 가만히 있지 않겠지만, 시선이 분명한 사람은 넘어지지 않는다. 아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 그곳을 향해 걸어간다. 모든 성도들에게 그 시민권이 하늘에 있다는 사실은 넘치는 위로다. 거기에는 우리를 기다리시고 반겨주실 아버지가 계시기 때문이다.

4장 그리스도께서 가까우시다는 사실을 알고 행하라 (찬 201, 495)

1.    사도는 빌립보 성도들을 자신의 기쁨이요 면류관이라고 말한다(1). 이보다 더한 칭찬이 어디 있겠는가! 사도는 자신이 이들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게 하고 싶은 심정을 보여준다(1:3~8). 복음의 사역자에게 있어서 자신으로 인하여 주를 알게 되고, 주를 섬기게 된 사람들의 존재보다 더 큰 기쁨이 어디에 있겠는가! 사도는 이제 서신의 말미에서 한 가지 어려운 이야기를 꺼낸다. 교회 안에 있던 두 여인 간의 갈등의 문제였다.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주 안에서 같은 마음을 품기를 권면하고 있다(2). 이 말을 꺼내기 위해서 사도는 벌써 “일심으로…한 뜻으로…복음의 신앙을 위하여 협력하는 것”(1:27)과 “마음을 같이 하여 같은 사랑을 가지고 뜻을 합하며 한 마음을 품으라”(2:2)고 권했었다. 그리스도 예수의 마음을 품으라고 했다(2:5). 유오디아와 순두게가 순한 마음으로 권면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사도의 자상한 배려를 우리는 읽을 수 있다. 사도는 하지만 문제 자체를 결코 피해가지는 않는다. 사도는 한 사람에게 이들의 화해를 도울 것을 요청하는데, 여기 지칭된 ‘나와 멍에를 같이한 자’는 빌립보 교회와 사도가 함께 아는 어떤 유력한 지도자이거나 혹은 멍에를 같이한 자라는 뜻의 시지거스(Syzygus)라는 이름을 가진 사람일지도 모른다. 사도는 이런 쉽지 않은 권면을 한 후에 다시 기뻐하라고 말한다(4). 주님이 오실 날이 가깝다는 사실을 안다면 우리는 더 용서하고 더 용납하고 더 사랑할 수 있을 것이다(5). 주님이 오신다는 사실을 기억하고 염려를 주님께 맡기고 감사함 가운데 기도와 간구로 하나님께 나아가는 것이야말로 성도들이 힘써야 할 일이다(6). 그렇게 할 때 그들은 지각에 넘치는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들의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는 것을 경험할 것이다(7). 주님이 가까우심을 알고서 참되고 경건하고 옳고 정결하고 사랑할만하고 칭찬할만한 것들을 언제나 생각하고 추구해야 한다(8).

2.    사도는 이제 화제를 바꾸어 빌립보 교회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10). 사도가 빌립보 성도들을 생각한 것만큼이나 그들도 사도를 사랑했다. 언제나 기회가 있는 것은 아니었지만, 기회가 있는 대로 그들은 사도를 섬겼다. 이제 그것이 싹이 나고 있다고 사도는 그들을 격려한다. 이것이 다소 오해되지 않도록 사도는 자기가 지금 궁핍한 상황에 처해있기 때문에 무슨 선물을 받으려는 속셈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밝힌다(11, 17). 그는 언제 어느 상황 속에서나 자족함을 배웠고, 능력 주시는 분 안에서 모든 것을 할 수 있음을 배웠다(11~13). 단지 사도는 빌립보 성도들에게 감사를 표하고 싶어한다(14). 빌립보 교회는 아무도 사도를 돕지 않던 때에 처음부터 사도를 거듭 거듭 도왔던 교회였다(15~16). 사도는 이제 하나님께서 그들의 수고에 축복하실 것을 구한다(17~19). 하나님께서 그 풍성하심을 따라 저들의 모든 쓸 것을 채워주실 것이라고 말한다(19). 사도는 마지막 문안을 하면서 이 애틋한 사랑이 담겨있는 밝고도 기쁨에 찬 서신을 마치고 있다.

3.    사도는 서신서를 쓰면서 반복적으로 기뻐하라고 말했다. 자신이 감옥에 있지만, 그리고 빌립보 교회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도 아니지만, 그들이 복음으로 말미암아 살고, 그리스도 안에서 살고 있다는 사실로 인하여 그들은 기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것이 사도가 배웠던 자족의 비결이다. 상황에 따라서 천국과 지옥을 왔다 갔다 하는 삶이 아니라, 궁궐이나 빈들이나 내 주 예수 모신 곳이 하늘나라라고 고백하는 것이 바로 그리스도인의 삶이다. 교회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문제들은 현실이다. 그러나 그리스도께서 오실 날이 가깝다고 하는 것은 우리로 하여금 서로에게 관용하게 하고, 용서하게 하고, 용납하게 한다. 그리스도가 가까우심을 인식하고 살아가자. 주안에서 자족함을 가지고 살아가는 그리스도인이 되라고 성령께서 빌립보서를 통해서 우리를 권면하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