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영화 ‘밀정’은 워너브러더스 코리사사 영화이다. 대한민국 영화에 미국 영화 회사 로고가 등장한다. 우리 영화 시장이 상품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생각했다. 워너브러더스사는 프랑스나 일본에서는 일 년에 10편을 제작한다고 한다. 

그래서 인지 영화 ‘밀정’이 역사 사실에 근거하였다고는 하지만, 여러 복선이 있는 상당히 철학적인 영화라는 생각이다. 영화 ‘암살’은 단순하게 독립운동을 쟁취하는 굵은 선이 있었다. 그런데 영화 ‘밀정’은 굵은 선이 없이 다양한 선들이 얽혀 관객들이 난해하게 여길 수 있는 영화다. 그러면서 주는 인간의 고뇌, 영화가 끝날 때까지 누가 적인지, 동지인지 알 수 없는 교묘한 복선이 이 영화의 가치이다. 

우리는 단순하게 일제강점기에 피해자이고 피해를 치유 받아야 하고 극복해야 할 당사자로 생각했다. 그런데 ‘밀정’ 그 보다 더 깊은 우리의 내면을 치고 들어왔다. 결국 ‘너는 누구냐?’이다. 

백성은 있는데 주권이 없는 상황에서 ‘나’, 이것은 일제강점기에서만 있을 것이 아니다. 지금은 국토, 주권, 국민이 모두 있다고 하지만, 여전히 ‘나’를 주장할 수 없다면, 강점기와 같은 질문을 할 수 있다. 

일제에 항거하는 방법은 무장 항거가 전부인 것 같지만, 진짜 중요한 항거는 학문 방어였다. 폭탄으로 존재를 부각하고 조직을 무너뜨릴 수 있지만, 결국 무너뜨린 뒤에 무엇을 넣을 것인가는 더 다르다. 밀정에서는 나에 대한 방황만 있다. 누구도 믿을 수 없는 절대 생존 게임이다. 

밀정인 친구를 죽여야 하는 김우진(공유 역), 그러나 여전히 남아 있는 밀정, 그런데 다만 일본 경무관 이정출(송강호 분) 심리 변화가 드라마틱하지 않고 설득력이 약했다. 그러나 끊임없이 물고 늘어지는 ‘너를 믿을 수 있는가?’와 ‘나는 누구인가?’는 쉼 없이 등장했다. 결국 그 답은 죽음으로만 할 수 있는 거 같다. 

총독부 경무국장 하라시가 조선인에게 요구되는 것은 ‘복종’ 아니면 ‘죽음’이라는 것은 조선인에게만 요구되는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것이다. 다는 ‘중간’이 존재하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중간에서 안이하게 사는 것이 일상이고, 주권과 국토를 잃은 백성에게 중간이 없기 때문에 양자를 택해야만 하는 것이다. 

기독교 신앙은 차든지 뜨겁든지 해야 한다. ‘예’하면 ‘예’하고, ‘아니오’하면 ‘아니오’라고 해야 한다. 아닌데 예라고 하고, 예인데 아니라는 중간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화로울 때 중간에서 안주하던 사람들은 이정출처럼 방황하다가 어느 한 편으로 선다면 그래도 성공한 케이스다. 그러나 죽을 때까지 이러저리 방황하다가 죽을 인생이라면 한 줌의 호흡이 아깝다는 생각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