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요한계시록은 묵시문학으로 기록된 문서인가?

Q. 그렇지 않다. 요한계시록은 영감된 계시 문서이다.

Ἀποκαλύψεω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 “요한계시록(-啓示錄)”으로 번역하고 있는데, “요한묵시록(-默示錄)”으로도 사용되고 있다. “계시록”과 “묵시록”은 동의어가 아니라, 전혀 다른 개념이다.

요한계시록, ἀποκαλύψεως Ἰησοῦ Χριστοῦ에서 ‘계시(啓示, revelation)’는 아포칼립시스(ἀποκάλυψις: unveiling, disclosure)를 ‘묵시(默示, apocalypsis)’로 번역할 수 있다고 하면서 발생한 해프닝으로 보아야 한다.

‘묵시’로 번역할 때에는 ‘묵시 문학’과 직접 연결이 되기 때문에, ‘계시’와 ‘묵시’가 전혀 다른 의미라는 것으로 이해해야 한다.

묵시문학(Apocalyptic literature)이란? 주전 200 – 주후 200년 사이에 유대 지역에서 형성된 40여개의 작품이다. 주전 200년 작품은 70인경(LXX)과 관련되어 있고, 주후 100-200년 사이에 형성된 작품이다. 후자는 70인경에 포함된 작품들로 외경(外經, Apocrypha)이라고 규정하고, 후자는 나그함마디 문서(Nag Hammadi library), 1945년 이집트 나그함마디 마을 근처에서 발견된 문서들로 위경(僞經, Pseudographia)이다. 그런데 이 시대에 있는 성경 27권은 묵시문학이나 위경의 형태와 내용에서 현격한 차이를 갖고 있다. 그러므로 성경을 묵시문학의 분류에 포함시키는 것은 권위를 낮추는 분류가 될 것이다.

묵시문학의 특징은 1) 가명 사용, 2) 가상적 과거 상황 설정, 3) 상징적 언어 사용, 4) 환상에 대한 묘사와 그 의미 해석, 5) 염세적 세계관과 윤리에 관한 무관심 등으로 정리한다(양용의, 요한계시록은 어떤 책인가?, 15). 또 다른 묵시문학의 특징은 1) 종말론적 성격, 2) 이원론적 성격, 3) 결정론적 성격, 4) 상징과 환상 활용, 5) 저자의 익명성이다(김서택, “여러가지 형식을 통한 요한계시록 해석”, 26-27).

요한계시록이 상징과 환상(보고 들음)이 등장한다. 그러나 염세적 세계관이나, 윤리에 대해 무관심하거나, 가명을 사용하지 않았다. 한 유형으로 묵시문학의 범주에 포함시키는 것은 합당한 분류가 될 수 없다. 결정적으로 저자의 이름이 명확하다면 묵시문학의 범주에 포함시키지 않아야 한다. 현대 바울신학계에서도 바울 서신의 진정성(authenticity of the Pauline)을 규정하면서 익명성에 대해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고 있지만, 저자의 익명성은 거짓을 기초로 하기 때문에 정경의 권위에 대해서 부인하는 이해 구조가 된다.

요한계시록이 종말론(終末論, Eschatology)적 내용이라고 규정할 때에, 종말론의 의미를 정확하게 규정해야 한다. 자유주의 신학에서 종말은 현재, 계속, 과거, 미래 등 다양한 의미로 규정되었다. 이오갑은 종말론을 “종말과 함께 항상 새로움, 또는 새로운 시작을 관심하고 대망”하는 것으로 규정했다(이오갑, “종말론을 어떻게 볼까?”, 『조직신학논총』 33권, 2012). 즉 종말론을 새로운 시대에 대한 관심과 대망으로 규정한 것, 현재에서 긍정적인 미래를 향한 것으로 규정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종말론은 세상의 마지막(개인의 종말과 지구 종말)에 대한 모든 담론으로 보지만, 자유주의 신학에서부터 현재, 과거, 미래에 대한 (시간과 공간) 이해로 변환되었다.

요한계시록은 서신서와 묵시문학이 병합된 형태로 제언되기도 하는데, 한 저자의 작품이라면 한 장르로 정리되어야 한다. 요한계시록은 문학 작품을 공유하는 것이 아니라, 교회에 훈련과 유익을 주기 위한 계시 문서로 보아야 한다. 요한계시록은 전체 내용 구성이 서신서(공람문서)로 보아야 한다. 요한계시록을 영감된 계시 문서라고 규정할 때에는 1세기 교회와 현재 우리 교회에 주어진 영감된 문서로 수납해야 한다.

형람서원 고경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