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빈의『기독교강요』는 인식론(認識論, epistemology)이 있다는 것이 특징이다. 고대(古代) 교회 신학은 ‘사도들의 체험적인 믿음’에 의해서 구주 하나님에 대한 ‘존재방식’에 대해서 묵상(黙想)하였다. 비록 고대 교회의 신학이 우화적(寓話的, allegory) 성경해석이었지만 정통 교리를 이룰 수 있었다. 고대 교회는 ‘구주 예수의 신성’, 하나님됨을 확실하게 고백하여 “삼위일체”와 “그리스도 신인 양성 이해”에 대해서 확증하였다.

그러나 5세기~16세기의 중세(中世) 교회에서 ‘교부(敎父)의 가르침’을 떠나 ‘교황중심’의 체계로 편성하였다. 1517년 루터가 중세 교회의 면죄부 발행에 반대하여, 비텐베르크 교회 문에 반박문을 게시한 것이 종교개혁, 신교(新敎)가 시작되었다. 구원의 길로 면죄부가 아닌 ‘십자가’가 회복되어야 한다고 선언한 것이다. “오직 믿음, sola fide” 루터는 중세 로마교회의 과오(過誤)를 개혁하려 하였다. 제네바의 칼빈은 고대 교회를 교회의 원형으로 삼고 바른 교회를 세우려고 개혁하였다. 그래서 성경과 신학도를 위한 저술인 『기독교강요』를 꾸준히 증보하였다. 칼빈은『기독교강요』에서는 인식론을 세워 중세교회가 아닌 고대 교회로 전환, 종교개혁을 추구하였다.(참고. 토마스 아퀴나스의 『신학대전』에서는 ‘신존재와 본성’으로 시작한다. 칸트는 Prolegomena(序說, 1783년)를 처음에 제시했는데, 1781년 『순수이성비판』후에 저술된 것으로 전체의 내용을 함축한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하나님의 도성』에서 인간이 왜 하나님을 섬기지 못하는지에 대해서 명확하게 밝혔다. 교만과 탐욕에 있는 인간은 하나님을 알 수 없고 알지 않지만, 경건(겸손)한 사람은 성령의 인도로 하나님을 알 수 있다고 하였다. 칼빈은 인식론에서 먼저 하나님을 아는 지식과 인간을 아는 ‘지식의 이중(二重, duplex notitia)’을 제시하였다. 칼빈은 ‘지식(knowledge, 知識)’을 사용한다. 라틴어로 지식은 notitia 혹은 cognito 인데, 칼빈은 구별하지 않고 사용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필자는 notitia와 cognito가 중세 시대에서는 구분해서 사용되었을 것으로 추측한다. 우리도 ‘지식(知識)’과 ‘지식(智識)’이 있는데, 지금은 ‘지식(知識)’만 사용한다.

칼빈은 어떤 ‘학(學,~shopy)’을 세우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았다. ‘참된 지식’으로 교회를 세우는 것을 목표하였다. 그런데 이 지식을 경직화하여 “화석화(化石化)된 신학” 혹은 “경화(硬化)된 신학”이 되기도 하였다. 칼빈은 자기체계의 전수나 반복이 아닌, 성경의 학도로서 성경에서 지식(복음)을 얻을 수 있도록 한 것이다. 그래서 성경과 칼빈의『기독교강요』를 함께 읽어서 ‘자기 신학(scientica mea)’을 세우게 되며, 생명을 살리는 복음으로 교회를 세울 수 있게 된다.

칼빈은『기독교강요』첫 문장을 “참되고 굳건한 지혜(true and sound(solid) wisdom, vera demum ac solida sapientia)”로 시작한다. 칼빈은 ‘지혜’를 두 지식의 융합으로, ‘지식’은 하나님과 인간, 순서로 본 것이다. 지식과 지혜는 상호 순환적인 모습을 갖는 것으로 보인다. 지식 없는 지혜는 불가능하고, 지혜 없는 지식은 화석(化石)이 된다.

여호와를 경외하는 것이 지혜의 근본이다(시 110:10, 잠 1:7, 9:10). 칼빈은 인간이 유일하신 하나님께로 나아가는 것(Coram Deo)이 ‘복(福)’이라 한다. 인간은 하나님께로 나가야 하고, 하나님께 주시는 지식은 하나님과 인간을 알 수 있도록 지혜를 준다. 칼빈이 제유법(提喩法)을 자주 말하는데 지혜의 특징 중 하나이다.

고경태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