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살면서 기쁨과 만족을 느끼는 상태를 ‘행복’하다고 말한다. 문제는 이런 상태가 주관적이고 상대적이기 때문에 행복함을 말할 수 있는 객관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행복(happiness)이라는 말과 우연(happening)의 어원이 비슷한 걸로 봐서 서양사람들의 눈으로는 행복함을 뭐라고 정확하게 정의내리기가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학자들은 객관적인 행복을 얻는 방법으로 절제를 말하기도 했고, 지혜를 추구하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철학자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행복함을 논리적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즉, 행복함은 수치나 논리적인 틀로 결정되는 것이 아니다. 영국 작가 G. K. 체스터턴(G. K. Chesterton, 1874~1936)은 ‘행복은 종교처럼 미스터리이므로, 합리적으로 설명하려고 해선 안 된다’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은 행복함을 추구하면서 산다. 그러나 혹 행복함을 얻었다고 해도 겨우 얻어진 행복이 지속되기는 어렵다. 행복은 계발되어야 하고, 힘겹게 쌓아감으로 유지되기 때문에 행복은 얻기도 또 지키기도 어렵다. 시간이 흐르면서 사람에 대한 여러 가지 연구가 진행되면서 행복함을 위한 필요조건으로 누군가의 인정을 받는 것, 어디엔가 소속이 되어있는 것, 보람된 일을 하는 것이라는 것을 찾아냈다.
2. 바울은 복음을 증거하면서 많은 고난을 겪은 사람이다. 그는 ‘내가 수고를 넘치도록 하고 옥에 갇히기도 더 많이 하고 매도 수없이 맞고 여러번 죽을뻔 하였으니 / 유대인들에게 사십에 하나 감한 매를 다섯번 맞았으며 / 세번 태장으로 맞고 한번 돌로 맞고 세번 파선하는데 일주야를 깊음에서 지냈으며 / 여러번 여행에 강의 위험과 강도의 위험과 동족의 위험과 이방인의 위험과 시내의 위험과 광야의 위험과 바다의 위험과 거짓 형제 중의 위험을 당하고 / 또 수고하며 애쓰고 여러번 자지 못하고 주리며 목마르고 여러번 굶고 춥고 헐벗었노라(고린도후서11:23-27)’라고 말한다. 이 모든 일들이 주님의 복음을 전하면서 당한 고난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바울은 자신이 체험한 사건을 말하면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 때에 곧 강함이니라(고린도후서12:10)’라고 말한다. 그는 옥중에서 쓴 빌립보서에서도 ‘무엇이든지 내게 유익하던 것을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다 해로 여길뿐더러 / 또한 모든 것을 해로 여김은 내 주 그리스도 예수를 아는 지식이 가장 고상함을 인함이라(빌립보서3:7-8)’라고 말한다. 바울이 이렇게 자신이 겪은 고난을 이야기하면서도 강조하는 것은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의 행복이다. 바울에게 있어서 행복의 충분조건은 그리스도를 아는 것이고, 그리스도를 증거하는 삶을 사는 것이다. 그래서 바울은 자신이 당한 여러 고난을 말하면서도 ‘이 외의 일은 고사하고 오히려 날마다 내 속에 눌리는 일이 있으니 곧 모든 교회를 위하여 염려하는 것이라(고린도후서11:28)’라고 말한다.
바울은 옥에 갇히어도 혹은 유대인들에게 핍박을 당하면서도 또는 사람들의 외면을 당하면서도 행복한 사람이었다. 바울이 행복할 수 있는 이유는 바울은 교회를 핍박함으로 하나님을 대적한 사람이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님의 인정을 받아 복음의 증거자가 되었다는 것이다. 즉, 바울은 하나님의 인정을 받은 사람이었고 하나님의 교회의 구성원이었으며,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었다. 바울은 전적으로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사람이었다. 바울은 아시아를 향해 나가려던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고 ‘마게도냐로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사도행전16:9)’라는 환상을 보고 마게도니야로 발길을 돌렸는데 그 이유를 누가는 ‘바울이 이 환상을 본 후에 우리가 곧 마게도냐로 떠나기를 힘쓰니 이는 하나님이 저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라고 우리를 부르신 줄로 인정함이러라(사도행전16:10)’라고 이야기한다. 바울은 자신의 계획보다는 성령 하나님의 뜻을 먼저 따르는 사람이었다. 그뿐 아니라 로마까지 복음을 전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전개되는 상황이 자신의 뜻과는 달리 전개될 때에도 바울은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던 것으로 보인다(사도행전21:27-23:10). 그래서 주님은 바울에게 ‘담대하라 네가 예루살렘에서 나의 일을 증거한 것 같이 로마에서도 증거하여야 하리라(사도행전23:11)’라고 말씀하셨고, 그 말씀을 의지해서 몇 년간의 재판을 견디고 로마까지 갈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옥중에서 바울은 ‘주 안에서 항상 기뻐하라 내가 다시 말하노니 기뻐하라(빌립보서4:4)’고 말한다. 바울은 이렇게 자신의 계획을 포기하기도 하고, 때로는 자신의 생각과는 다르게 전개되는 상황에서 힘들어하기도 한 사람이었지만, 바울은 하나님의 뜻을 순종함으로 살아간 사람이었다.
3. 무엇 때문에 바울은 행복할 수 있었을까? 시편에서는 행복한 사람의 모델을 ‘복 있는 사람은 악인의 꾀를 좇지 아니하며 죄인의 길에 서지 아니하며 오만한 자의 자리에 앉지 아니하고 / 오직 여호와의 율법을 즐거워하여 그 율법을 주야로 묵상하는 자로다(시1:1-2)’라고 말한다. 우리말로 ‘복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을 의미한다. 즉, 시1편에서는 행복한 사람은 소극적으로는 죄를 짓지 않는 사람이고, 적극적으로는 하나님의 말씀 안에 있는 기쁨을 찾기 위해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자이다. 그리고 이렇게 죄를 짓지 않고, 하나님의 말씀을 묵상하는 행복한 사람을 시2편에서는 ‘여호와를 의지하는 자(시2:12)’라고 말한다. 참된 행복은 하나님을 의지하는 자이고, 하나님의 인정함을 받음으로 하나님께 의롭다함을 받는 자이다(시1:6). 즉, 바울에게 있어서 행복의 필요충분조건은 하나님과의 동행이었고, 하나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었다.
나를 바라보시며 기쁨을 이기지 못하시는 하나님은 나를 인정하시기 위해 예수 그리스도를 십자가에서 내어주셨고, 나에게 교회를 주셨고, 나를 인도하심으로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게 하신다. 그리고 바울을 통해 ‘아무 것도 염려하지 말고 오직 모든 일에 기도와 간구로, 너희 구할 것을 감사함으로 하나님께 아뢰라 / 그리하면 모든 지각에 뛰어난 하나님의 평강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 마음과 생각을 지키시리라(빌립보서4:6-7)’라고 말씀하신다.
나는 행복한 사람인가? 하나님이 주시는 행복을 삶에서 누리고 있는가?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