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예수님을 믿는 것은 나의 자의적인 결단이 아니다. 예수님은 제자들에게 ‘너희가 나를 택한 것이 아니요 내가 너희를 택하여 세웠(요한복음15:16)’다고 말씀하신다. 때문에 예수님을 믿는 것은 전적인 하나님의 은혜다. 마치 에스겔이 흩어져 있는 해골들을 향해 하나님의 말씀을 전함으로 해골들이 살아나 하나님의 군대가 된 것처럼 우리 역시 죄와 허물로 죽었었지만, ‘긍휼이 풍성하신 하나님이 우리를 사랑하신 그 큰 사랑을 인하여 / 허물로 죽은 우리를 그리스도와 함께 살리셨(에베소서2:4-5)’고, 우리에게 성령 하나님께서 내주하심으로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주로 고백하며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 수 있는 은혜를 주셨다. 그래서 우리는 믿음으로 살아계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 구원받음, 즉 하나님의 백성이 되었다는 것은 하나님의 은혜 외에는 설명할 수 없다. 그리고 그 은혜의 절정은 당연히 십자가이다.

십자가는 애굽의 압제받던 이스라엘 백성들이 자신들의 고통을 하나님께 호소하고, ‘하나님이 그들의 고통 소리를 들으시고 하나님이 아브라함과 이삭과 야곱에게 세운 그의 언약을 기억하사 / 하나님이 이스라엘 자손을 돌보셨고 하나님이 그들을 기억하(출애굽기2:24-25)’심으로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이스라엘 백성들을 불러내신 것처럼 죄인의 자리에서 고통당하는 우리를 불러내신 하나님의 일하심이다. 바울은 사람이 예수님을 만나기 전의 상태, 즉 죄의 상태에 있었던 사람들의 모습을 ‘너희가 그 때에 무슨 열매를 얻었느냐 이제는 너희가 그 일을 부끄러워하나니 이는 그 마지막이 사망임이라(로마서6:21)’라고 말한다. 십자가는 애굽을 10가지 기적으로 징계하시고 이스라엘을 애굽에서 부르신 것처럼 하나님은 십자가에 아들을 내어주심으로 인간의 죄 된 상태에서의 고통을 푸시기 위해 이 땅에 하나님이 직접적인 개입을 드러낸 사건이다. 하나님의 백성이 되는 것은 예수 그리스도의 십자가를 통해서만 가능하다. 십자가는 ‘공중의 권세 잡은 자를 따랐으니 곧 지금 불순종의 아들들 가운데서 역사하는 영(에베소서2:2)’을 무찌르시는 하나님의 일하심이다. 즉, 죄의 근원적인 세력을 차단하면서 하나님의 사랑을 드러내는 하나님의 지혜이다.

2. 유대인들에게 십자가는 저주의 상징이었다. 신21:23에서는 ‘나무에 달린 자는 하나님께 저주를 받았음’ 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 십자가는 거리끼는 것이다. 또한 헬라 철학에 훈련된 헬라인들에게는 신의 고난과 신의 대속적 죽음은 철학적인 원리에서 어긋나는 지혜롭지 못한 것이었다. 그래서 헬라인들에게 십자가는 미련하게 보일 수밖에 없다. 바울은 이런 유대인과 헬라인의 삶을 ‘유대인은 표적을 구하고 헬라인은 지혜를 찾(고린도전서1:22)’는 것으로 말한다. 당시의 사람들에게 십자가는 어리석고 미련하기 때문에 결코 삶의 원리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하나님은 이러한 인간의 이해를 넘어서 그의 독생자이신 그리스도를 십자가에 내어주심으로 인간이 받아야 하는 모든 저주를 그리스도께서 감당하게 하셨다. 때문에 십자가는 하나님을 믿는 우리에게 하나님의 구원의 능력이 된다. 십자가는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일 뿐 아니라 우리가 이 땅에서 살아가기 위한 능력이다.

출애굽한 이스라엘 백성을 애굽의 바로는 추격했다. 그리고 애굽의 공격을 피할 길이 없다고 생각한 이스라엘 사람들은 모세를 원망하며 ‘애굽에 매장지가 없어서 당신이 우리를 이끌어 내어 이 광야에서 죽게 하느냐 어찌하여 당신이 우리를 애굽에서 이끌어 내어 우리에게 이같이 하느냐 / 우리가 애굽에서 당신에게 이른 말이 이것이 아니냐 이르기를 우리를 내버려 두라 우리가 애굽 사람을 섬길 것이라 하지 아니하더냐 애굽 사람을 섬기는 것이 광야에서 죽는 것보다 낫겠노라(출애굽기14:11-12)’라고 말한다. 그러나 모세는 이스라엘 백성들을 향해 ‘두려워하지 말고 가만히 서서 여호와께서 오늘 너희를 위하여 행하시는 구원을 보라 너희가 오늘 본 애굽 사람을 영원히 다시 보지 아니하리라(출애굽기14:13)’라고 외쳤고, 이스라엘 백성들은 홍해 길을 마른 땅처럼 밟고 지나게 하셨다. 십자가는 이런 하나님의 능력이다.

3. 하나님의 백성이 된 사람들은 하나님을 의지해서 산다. 하나님을 의지해서 사는 것은 우리 안에 내주하시는 성령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받는 것이고, 그런 삶을 예수님은 ‘누구든지 나를 따라오려거든 자기를 부인하고 자기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를 것이니라(마태복음16:24)’라고 말씀하신다. 즉, 하나님의 백성들의 삶의 방식도 역시 십자가가 된다. 바울은 십자가를 ‘오직 부르심을 받은 자들에게는 유대인이나 헬라인이나 그리스도는 하나님의 능력이요 하나님의 지혜니라(고린도전서1:24)’라고 말한다. 십자가가 우리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지혜인 것처럼 십자가는 하나님의 백성으로 살아가는 삶의 지혜가 된다는 말이다.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쓴 이유는 고린도교회에서 일어난 문제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함이다. 바울은 이미 우리가 가지고 있는 고린도전서보다 먼저 편지를 보냈고(고린도전서5:9), 고린도교회의 영적인 상황을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바울의 처음 편지는 교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고, 교회를 섬기는 글레오의 집 사람들인 ‘스데바나와 브드나도와 아가이고’에 의해 교회에서 자주 논쟁이 되는 여러 문제들을 바울에게 전달했을 것이다. 바울은 두 번째 편지를 시작하면서(고린도전서를 시작하면서) 교회의 여러 가지 문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출발점으로 십자가를 이야기한다. 즉, 하나님의 지혜를 따라야 한다는 것을 이야기하고 있다. 그래서 바울은 ‘하나님의 어리석음이 사람보다 지혜롭고 하나님의 약하심이 사람보다 강하니라(고린도전서1:25)’라고 말한다. 잠언에서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잠언3:6)’라고 말하는 이유이다.

십자가는 세상의 안목에서는 어리석어 보인다. 혹은 미련한 일일 수 있다. 그런데 십자가를 따라 예수님의 인도하심을 받을 때 그리스도인은 그리스도인다움을 누리며 살게 된다. 하나님의 어리석음을 따라 사는 우리가 되기를 기도하자.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