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산상수훈을 말씀하시면서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마태복음6:33)’라고 말씀하신 예수님은 ‘인자가 많은 고난을 받고 장로들과 대제사장들과 서기관들에게 버린 바 되어 죽임을 당하고 사흘 만에 살아나야 할 것을 비로소 그들에게 가르치(마가복음8:31)’셨을 때‘주여 그리 마옵소서 이 일이 결코 주께 미치지 아니하리이다(마태복음16:22)’라고 항변하는(예수님을 꾸짖는) 베드로에게 ‘사탄아 내 뒤로 물러가라 네가 하나님의 일을 생각하지 아니하고 도리어 사람의 일을 생각하는도다(마가복음8:33)’라고 꾸짖으셨는 데, 그것은 베드로는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지 않고 사람의 일, 즉 ‘이 모든 것’을 구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수님은 십자가를 앞에 두고 제자들과 최후의 만찬을 드시고 난 후에 겟세마네 동산에서 ‘내 아버지여 만일 할 만하시거든 이 잔을 내게서 지나가게 하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마태복음26:39)’라고 기도하신다. 주님은 여기서 ‘나의 원대로 마옵시고 아버지의 원대로’ 이루어지기를 기도하심으로‘이 모든 것’이 아니라 ‘하나님 나라와 그의 의’를 먼저 구하신다. 그리고 고난의 길로 가시어 십자가에서 죽으심으로 ‘우리가 아직 죄인 되었을 때에 그리스도께서 우리를 위하여 죽으심으로 하나님께서 우리에 대한 자기의 사랑을 확증하(로마서5:8)’셨다. 하나님 나라는 이렇게 나보다 먼저 나를 사랑하시고, 나보다 더 나를 잘 이해하시는 하나님의 사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다. 그래서 하나님 나라에 사는 사람들의 특징은 하나님의 일을 먼저 생각하는 것, 즉 먼저 하나님 나라와 그 의를 구하는 데에서 시작하게 되고, 그렇게 되기 위해 믿음이 필요하다.  

2. 따라서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연다’는 말은 하나님의 뜻 앞에서 자기의 것을 주장하지 않는 순종의 삶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베드로는 예수님의 말씀에 의지해서 그물을 내려 물고기를 잡았고, 그의 삶을 유지하기 위한 배와 그물을 버려두고 예수를 따른 사람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베드로는 예수님의 고난과 죽으심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면서 ‘안된다’는 자기의 색깔을 드러낸다. 베드로의 이런 태도에 대하여 주님은 ‘사람의 일을 생각’한다고 꾸짖었지만, 이런 베드로의 태도는 우리의 삶에서 흔히 드러난다. 나의 생각과 나의 판단이 주님의 뜻과 괴리가 생겼을 때 사람들은 자기의 색깔을 주장하고, 자기의 고집을 내세움으로 하나님의 뜻을 막는 경우가 있다는 말이다. 가데스바네아에서 가나안에 사는 아낙 자손들과 그들의 성의 높음으로 인해 하나님의 뜻을 거역했던 10명의 정탐꾼이나 그들의 말을 들은 이스라엘 자손들 역시 사람의 일을 생각하면서 하나님의 뜻을 막았기에 광야에서 죽게 되었고, 아나니아와 삽비라같은 사람들 역시 ‘사람의 일’울 생각함으로 하나님을 속였기 때문에 죽음에 이르게 된 사람들이다. 예수님을 만난 이후에 예수님을 따랐던 바울의 제자 가운데 데마는 바울이 골로새서를 쓸 때(주후62년 경)는 바울과 디모데와 함께 골로새 교인들에게 문안한다고 말했지만(골로새서4:14), 바울이 로마의 감옥에서 죽게 되었을 때 쓴 디모데 후서에서는 ‘데마는 이 세상을 사랑하여 나를 버리고 데살로니가로(디모데후서4:10)’라고 말한다. 즉, 데마는 스승의 즉음을 앞 둔 싯점에서 자기의 생각을 따라 ‘사람의 일’을 생각하여 바울을 떠난 것이다. 가롯 유다 역시 자기의 생각과 다른 예수님의 모습을 보면서 ‘사람의 일’을 고집하여 예수님을 팔아넘길 생각을 했을 것이다.  

3. 오늘 본문에서 최후의 만찬을 마치시고 난 예수님은 제자들과 함께 겟세마네 동산으로 기도하려 가셨고, 특별히 베드로와 야고보와 요한을 데리고 따로 기도하시면서 ‘내 마음이 심히 고민하여 죽게 되었(34절)’다고까지 말씀하신다. 예수님은 ‘조금 나아가사 땅에 엎드리어 될 수 있는 대로 이 때가 자기에게서 지나가기를 구하여 / 이르시되 아빠 아버지여 아버지께는 모든 것이 가능하오니 이 잔을 내게서 옮기시옵소서 그러나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35-36절)’ 라고 기도하신다. 이렇게 기도하시는 예수님의 모습을 누가는 ‘천사가 하늘로부터 예수께 나타나 힘을 더하더라 / 예수께서 힘쓰고 애써 더욱 간절히 기도하시니 땀이 땅에 떨어지는 핏방울 같이 되더라(누가복음22:43-44)’라고 이야기한다. 땀이 땅에 떨어져 핏방울 같이 될 정도로 간절하게 기도하심으로 주님은 ‘사람의 일’이 아니라‘하나님의 일’, 즉 ‘아버지의 원대로’나의 죄를 포함한 세상의 모든 죄를 지시고 십자가를 향해 나가시게 된다. 십자가에서 이루신 하나님의 사랑은 결국 자기의 고집과 자기의 생각을 주장하지 않고, 그것이 비록 힘들고 아픔뿐일지라도 ‘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36절)’라고 기도함으로 이루어졌다.  

4. 믿음으로 하나님 나라를 연다는 말은 이렇게 자기의 생각을 혹은 자기의 고집과 색깔을 하나님의 뜻 앞에 내려놓음으로 열리는 나라를 의미한다. 그리고 그 고집과 색깔을 내려놓음으로 예수님은 고난의 길을 걸으신다. 고난 주간이다. 우리가 내려놓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 생각하는 한 주간이 되기를 기도하자.‘나의 원대로 마시옵고 아버지의 원대로 하옵소서’라고 말이다.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