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는 사건을 따라 흘러간다. 누가 태어났다든지 아니면 누가 무엇을 했다든지의 역사적인 사실이 역사에 모두 기록되지 않는 이유는 그 사건들이 비록 역사성이 있는 사건일지라도 역사를 이룰만한 의미를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반대로 역사적 의미가 중요하기는 해도 역사적 사실성이 없는 경우는 그 의미 역시 별로 길게 가지 않는다. 따라서 역사를 이루는 것은 어떤 사건이 갖는 의미가 ‘가치’를 가질 때 가능하다. 여기서 문제는 가치이기 때문에 가치에 따라 역사를 이해하고 보는 관점이 달라지게 된다. 어떤 의미에서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의 죽으심은 당시 로마인들에 의해 로마를 반대하는 사람들에게 흔하게 자행되었던 로마의 형벌을 당한 사람의 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리스도의 죽으심에 대한 이야기가 2천년 동안 이어오는 이유는 그 이야기가 가지는 역사적 사실이 입증되었고, 그 사실이 가지고 있는 역사적인 의미가 그 무엇보다도 중요하기 때문일 것이다. 십자가에서 그리스도의 죽으심으로 인해 하나님의 구원이 이루어졌고, 따라서 누구든지 그리스도를 영접하는 자에게는 하나님의 자녀가 되는 권세가 주어진다. 그리고 구원을 얻는 자들의 삶의 바탕은 예수님이 되신다. 이런 신앙고백을 사도바울은 ‘이는 만물이 주에게서 나오고 주로 말미암고 주에게로 돌아감이라(로마서11:36)’고 인류를 구원하시는 하나님의 경륜을 생각할 때 모든 것의 출발점이 예수 그리스도이시고 하나님의 구원의 역사가 멈추는 곳곳마다 그리스도께서 계시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예수님께로 돌아온다는 깨닫고 이렇게 노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모든 것의 중심이 주님이시기 때문에 인류의 역사는 예수 그리스도를 중심으로 주님이 오시기 전과 오신 이후로 나누어 생각한다.

2. 바울은 예수 그리스도로 인해 만들어진 사건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사건을 ‘성경대로 그리스도께서 우리 죄를 위하여 죽으시고 / 장사 지낸 바 되셨다가 성경대로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나(고린도전서15:3-4)’신 사건이라고 말한다. 죽, 복음의 핵심이 예수 그리스도께서 사시고, 십자가에서 죽으시고 성경의 약속을 따라 부활하심으로 우리의 왕이 되신 예수 그리스도에 대한 이야기라는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수님 당시에나 지금이나 많은 논쟁거리 중 하나가 예수님의 부활이 과연 괴학적으로 입증이 가능하냐?라는 질문, 즉 역사적으로 실증이 가능한가를 묻는 것이다. 이런 질문에 답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예수님이 실존 인물이건 말건 상관없이 전해진 예수님의 이야기가 가지고 있는 의미를 찾으면 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래서 예수님의 부활 사건 자체보다는 예수님의 부활이 우리에게 던져주고 있는 의미를 생각하자고 말한다. 그러나 이런 입장은 앞에서도 이야기했듯이 실체가없는 것이기 때문에 긴 시간의 논의를 통해 역사 속에서 사라지거나 혹은 오해되는 문제를 갖게된다.

바울 당시의 고린도 교회에서도 예수님의 부활에 대한 논의가 있었을 것이고, 바울의 편지를 살펴보면 당시 고린도 교회에서는 죽은 자들에 대한 부활이 없다고 말했던 것으로 보인다. 바울은 그렇게 부활을 인정하지 못하는 자들을 향해 예수 그리스도의 부활을 이야기함으로 그리스도를 믿는 자들이 예수님 안에서 부활 할 것을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3. 바울은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을 역사적 사건으로 인정하기 때문에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부활할 수 있다는 믿음을 말한다. 역사적인 사건을 바탕으로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이다. 즉 예수님께서 살아나셨음을 부인하게 되면 ‘우리가 전파하는 것도 헛것이요 또 너희 믿음도 헛(14절)’것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뿐 아니라 ‘만일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나는 일이 없으면 그리스도도 다시 살아나신 일이 없었을 터이요 /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신 일이 없으면 너희의 믿음도 헛되고 너희가 여전히 죄 가운데 있을 것이요 / 또한 그리스도 안에서 잠자는 자도 망하였으리니 / 만일 그리스도 안에서 우리가 바라는 것이 다만 이 세상의 삶뿐이면 모든 사람 가운데 우리가 더욱 불쌍한 자(16-18절)’가 된다는 말이다. 즉,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살아나심에 대한 역사적 실체를 부정하게 되면 우리의 천국 소망도 없어지게 되고, 우리의 믿음의 이유도 사라지게 된다는 말이다. 바울이 고린도전서를 쓸 당시의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대한 역사적 사실과 의미는 결국 복음 안에서의 소망에 대한 것이었다.

4. 오늘날 우리 역시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에 대한 사실 보다는 의미에 치중하여 예수님처럼 다른 사람들을 일깨우고 삶의 가치를 높이는 죽음이 바로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에 비견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우리는 엄격하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예수님의 죽음과 부활을 회상한다. 우리는 예수님의 죽으심과 부활하심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우리의 삶에서 예수님의 죽으심으로 이룩하신 구원에 참여하는 자들이 되었고, 그리스도의 죽으심과 부활을 바탕으로 우리와 같이하신다는 약속을 바탕으로 우리의 미래를 하나님께 의지하면서 살 수 있게 되었다는 말이다. 그리고 때로 현실적인 아픔이 있는 삶 속에서도 부활하신 예수님을 의지함으로 승리하는 삶을 감당할 수 있는 우리가 된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오성환 목사(이야기가 있는 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