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본주의(根本主義, 영어: fundamentalism)”를 긍정적으로 이해하는 크리스천이나 연구자들이 많지 않은 것 같다. 근본주의는 부정적이거나 편협한 운동인가?

“근본주의”의 용어는 1910년부터 1915년까지 유럽과 미국 신학자들이 공동으로 소책자 『근본적인 것(The Fundamentals: A Testimony to the Truth)』으로 12권(a series of 12 pamphlets)을 발간하였다. 여기에는 몰간, 워필드, 토레이, 피어슨, 어드만 등 저명한 보수주의 학자 64명이 참가하여 100여건의 글을 게재하였다. 여기에 수록된 글의 내용은 “성경의 영감과 권위”,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과 신성”, “초자연적 기적을 인정함”과 “대리적 속죄의 죽음”, “육체적 부활과 승천”을 기독교 신앙의 근본 원리로 간주하였다. 그러면서 사회주의, 열광주의적 이단, 고등 비평주의, 진화론, 신령주의 등을 기독교 신앙의 대척으로 세웠다. 1923년 미국 북장로회 총회는 근본주의자들의 영향력에 의해 “성경의 영감과 무오성,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 그리스도의 대속적인 죽음과 육체적 부활, 기적”으로 요약되는 5개의 항목을 기독교의 본질적인 신앙으로 선언하였다.

먼저 이슬람 근본주의와 미국의 근본주의는 비교 대상이 되지 않는다. 이슬람 근본주의에 대립되는 주체가 이슬람 진영에 없다. 미국의 근본주의는 교회를 향한 위협적인 사상에 대한 방어를 위해서 발생한 것이다. 이슬람 근본주의는 자체 역량 강화를 위한 원리주의이고, 대척점은 타종교와 타문화권에서 영향력을 발휘한다. 미국의 근본주의는 자유주의가 교회와 신학에서 확산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다.

1923년 장로회 총회는 5대 항목을 하나님의 말씀에 합당한 교리이며 표준이라고 표명하였다. 에머슨 포스딕”(Harry Emerson Fosdick)을 중심으로 1924년 1월 어번 선언(the Auburn Affirmation)으로 총회의 결정에 다른 의견을 피력하였다. 중요 사상은 관용, 통일, 자유였고, 150명의 장로교 목사가 서명하였다. 이 갈등에서 메이천 박사는 총회에서 제명되어 웨스트민스터신학교를 중심으로 정통장로교회(OPC)를 형성하였다. 칼 매킨타이어 박사는 성경장로교회(BPC)를 형성하였고, 프란시스 쉐퍼 박사는 국제장로교회(IPC)를 형성하였다. 위 장로파는 모두 근본주의 영향 안에 있다.

근본주의는 장로파 신학 운동은 아니다. 근본주의는 초교파 운동이다. 장로파나 개혁파(CRC) 계열에서도 근본주의의 가치를 부정하지 않은 사역자가 많다. 근본주의에는 감리교, 침례교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근본주의는 정치 체계가 아닌 자유주의 가치에 대한 변호를 위한 공동전선으로 보아야 한다.

찰스 다윈(Charles Darwin, 1809-1882)이 1859년에 『종의 기원』(The Origin of Species)을 출판한 후 진화론은 미국 교회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고, 원숭이 재판(Scopes 'monkey trial', 1925년)으로 진화론 세력에 영향력을 빼앗겼다. 자유주의에서 성경의 무오성, 권위를 인정하지 않았고, 성경의 기적을 합리화하였고, 그리스도의 동정녀 탄생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리스도의 대속의 죽음도 인정하지 않았고, 부활도 인정하지 않았다. 자유주의의 확산과 진화론 등의 세속화가 확산되는 것을 변호하기 위해서 근본주의적 가치를 제언하였고, 미국 장로파에서 오번 선언(1923년)으로 거부하였다. 결국 오번 선언을 이룬 세력이 미국 장로파(PCUSA)의 주력이 되어 장로파가 분열되었다. 지금의 PCUSA는 동성애 허용으로 확장되었다.

기독교 근본주의를 부정하거나 혐오하는 것은 나쁜 것은 아니다. 그러나 그 행동이 자유주의나 오번 선언을 인정한다는 것을 인지해야 한다. 왜 근본주의를 평가절하 하려는가? 근본주의는 5항목의 가치일 뿐이다. 그 5항목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근본주의를 폄하해도 될 것이다. 그러나 5항목의 가치를 존중한다면 근본주의에 대한 부정적 표현은 좋은 자세가 될 수 없다. 근본주의에는 다양한 교파들이 존재한다. 천편일률적으로 근본주의가 아니라, 5항목을 근거한 연대적 성격을 갖는다. 신앙고백서보다 더 포괄적인 의미를 갖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에 있는 우리는 동성애 허용 혹은 WCC 참여를 반대하는 연대를 해야 할 긴박한 시대에 살고 있다. 20세기 미국에서는 자유주의에 대항한 근본주의는 반대하는 사상으로 연대하는 것이 아니라, 믿고 지지하는 긍정 항목으로 연대하였다.